망량의 상자.

잡귀는 물러가라 | 2005/05/30 14:40

쿄고쿠도 시리즈 제 2권 망량의 상자 이틀 반 만에 완독. 천 페이지입니다. 미쳤다고 해 주십시오. (...아니, 나인에스 2권부터 5권까지 네 권을 마찬가지로 이틀 반 만에 완독한 거에 비하면 아직은 양호한 건가; 그치만!! 재미있는 걸요!! 궁금한 걸요!! 흑흑흑흑. 6권은 언제 나와!! 유우 어떻게 됐어!! -이런, 얘기가 탈선을)
그리고 예전 포스팅에서 망량이 어쩌고저쩌고 잘난 척 떠들어댄 거 다 취소입니다. 크윽, 역시 제대로 모르고 섣불리 건드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니까;;;


한 줄 감상 : 정말이지 우리 인간들은 모두 불쌍한 존재들입니다... 아우우우우우;;;;;
그리고 그놈의 상자, 사사사사사사상자가아아아아아아아;;;;;;; (사람 살려)


우울한 와중이지만 아무튼 쿄고쿠도 즉 추젠지 아키히코 씨가 무지하게 좋습니다. '원한이 담뿍 서린 음침한 표정의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유령'이라는 평가까지 사랑스러워요. 치즈코 씨는 좋겠다. 어느 년은 복이 많아 저런 남자랑 결혼해서 오손도손 잘 살고, 쳇쳇쳇쳇. (야 그만해라;;)
그나저나 매우 내추럴하게 야로카미즈(遣ろか水)? 아, 줄 테면 줘 봐라, 고 대답하면 훌떡 집어삼킨다는 물 요괴? 지진 재해라. 아, 1923년 간토 대지진인가. 다이쇼가 1926년까지니까 다이쇼 말이 맞구나, 어쩌고저쩌고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고 있었던 S. ....인간아 한국 게 그토록 즉석에서 팍팍 튀어나오더냣. (그저 이년을 매우 치소서;;;)

제 3권 교코츠의 꿈 주문하러 떠납니다. 그리고 덤으로 쿄고쿠도 사이트도 찾으러 갑니다.
여성향은 필요없으. 개그!! 나한테 개그를 보여다오!!!!! (나의 절반은 개그로 구성되어 있단 말이다!!)
(물론 폭렬 개그라면 가벼운 여성향은 대환영입니다)

"웬일이십니까."
"넌 내가 항시 커플링을 하지 않으면 목말라 죽는 존재로 보이더냐."
"아닌가요?"
"죽인다."


덤 1. 마침 카나코(加菜子)겠다, 남자의 어투를 구사하는 소녀에 君は私だ까지, 만일 요리코(頼子)가 아니라 모토코(素子)였으면 무진장 웃겼을 텐데!! 아쉽습니다. (묘한 데서 개그를 구하지 마라 인간아;; ...랄까 갓챠가챠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네타로군요;;;)

덤 2. さあお父さん、僕の指を返してください。저기서 指를 七年으로 살짝 바꾸면 딱 누구 씨 대사겠다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던 S는 이미 글렀습니다. 우어어어어어어어. (僕에다 お父さん에다 경어면 무조건 그 인간이냐!!)

덤 3. 번역본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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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고쿠도 시리즈.

잡귀는 물러가라 | 2005/05/19 18:37

우부메의 여름(姑獲鳥の夏)
망량의 상자(魍魎の匣)
교코츠의 꿈(狂骨の夢)
텟소의 우리(鉄鼠の檻)
죠로구모의 도리(絡新婦の理)
누리보토케의 연회-연회의 준비(塗仏の宴―宴の支度)
누리보토케의 연회-연회의 결말(塗仏の宴―宴の始末)

기본이 천 페이지냐 이 작가야-_-;;; (외전은 그냥 다 무시 깝니다;)

망량의 상자를 확 질러 버린 김에 순서대로 정리 좀 해 봤습니다. 저걸 언제 다 읽을까 싶어 절로 푹푹 나오는 한숨은 저리 좀 밀어두고, 기껏 포스팅하면서 이것만으로는 재미도 뭣도 없으니 타이틀에 등장한 요괴들이나 한 번 훑어보지요.

교코츠(狂骨)
우물에 떨어져 죽은 자의 원념이 변해서 된 백골 요괴입니다. 자신이 들어앉은 우물을 사용한 자를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는 말도 있고, 아무튼 괜히 그 우물을 건드리면 뒤끝이 매우 좋-_-지 않으니 주의들 하시길.

텟소(鉄鼠)
어디선가 앙심을 품고 죽은 승려는 쥐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주워 들었는데 이게 그거인 모양입니다. 악독한 영주에게 살해당한 고승(高僧)이 변한 모습으로, 영주의 재보와 곡물을 망치는 것으로 보복한다는군요. 본디 높은 승려였기 때문에 머리는 매우 좋습니다.

죠로구모(絡新婦)
일본 요괴 리스트에서는 유키온나(雪女)와 더불어 손꼽히는 미인 요괴랍니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거대한 거미로, 남자를 유혹하여 피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쭉쭉 빨아먹는다는군요.
혹시 음마요녀(淫魔妖女) 3편의 마야도 이거였나. (이 그림의 어디가 미인이냐고 하셔도 할 말 없습니다;;)

이것도 죠로구모. 진짜로 요염하군요 >_<
絡新婦가 왜 죠로구모가 되는지는 물어보셔도 모릅니다앗. 원래는 女郎蜘蛛라는데 토리야마 세키엔이 저 한자를 갖다 붙였다는군요. 絡新婦이라고 쓰는 건 세키엔이 유일하다네요. 이 사람 우부메에서도 똑같은 짓 안 했던가;;;

누리보토케(塗仏)
이것만은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덤으로 망량은 이매망량(魑魅魍魎, ちみもうりょう)의 약어로, 온갖 귀신과 잡귀를 통칭하는 단어입니다(엣, 다들 벌써 아신다고요? ;;;;). 사이비 부처 샤카의 필살기 중에 천공파사이매망량(天空破邪魑魅魍魎)라는 말해보다가 혀 깨물 것 같은 기술이 있죠. 처녀궁에 노크도 없이 우르르르 난입한 스펙터들이 댑다 얻어맞은 그겁니다.
(그나저나 샤카 말이지만 이 사람 명색이 부처의 화신이라면서 - 불교의 교리 상 부처의 화신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가 없다는 명백한 사실은 이미 수천 명이 걸고 넘어졌으니 굳이 찔러 무엇합니까; - 아테나의 성투사 노릇을 하고 앉아 필살기 배경에는 천사가 날아다니고[천마강복天魔降伏] 부리는 건 이매망량이니 '종교의 혼란을 부채질하는 남자'라는 소리를 듣겠습니까 안 듣겠습니까. 듣지요 물론-_-;;;;)

(※ 수정합니다. 망량, 즉 모료라는 요괴가 따로 있긴 있더라고요;; 물론 출전도 불분명하고 속성도 매우 애매모호하다며 우리의 쿄고쿠도가 버럭버럭 화를 내고는 있었지만 있긴 있습니다. 자세한 건 직접 읽어주세요;;;;;)

출처는 妖怪尽くし光流乃妖怪項. 흑백은 토리야마 세키엔(鳥山石燕)의 화집 백귀야행(画図百鬼夜行)에 수록된 화상들입니다. 우부메의 여름에서 인용된 그림도 여기서 나왔고요.
그나저나 참 별 요괴가 다 있습니다그려. 하긴 신이 800만이나 되는 나라니 괴물은 오죽 많겠습니까-_- (저거 다 외우는 사람이 있을까 몰라;) 날 잡아서 한 번 쭈욱 훑어봐도 재미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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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완독.

잡귀는 물러가라 | 2005/05/08 20:33

"우리는 모두 불쌍한 인간들이야."
- 로스 맥도널드의 Midnight Blue에서


결국 원판으로 사 버렸습니다. 가독성이 바닥까지 추락할 걸 각오했는데 좀 당혹스러울 정도로 술렁술렁 잘 읽히더군요. 서점에서 Stand Reading으로 번역본을 들춰봤을 땐 "이게 뭔 소리여;;;" 싶던 게 아주 분명하게 이해되는 걸 보면 역시 외국어는 하고 볼 일인가 봅니다. (게다가 아무래도 번역이 결정적으로 잘못된 곳이 한 군데 있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물론 첫 60페이지 동안 주구장창 마음과 의식과 뇌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주절주절 늘어놓을 때는 작가를 한 대 때-_-려주고 싶은 충동도 일었습니다만 금새 그러려니~익숙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지식을 멋들어지게 버무려 그럴 법 하다며 납득해 버리도록 설복하는 주장을 전개하는 작가의 솜씨에는 경탄 또 경탄. 누구 님 말씀마따나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들먹이는 대목에서는 응? 이게 아닐 텐데? ;;; 싶기도 했었으나 어차피 뼛속까지 인문계열인 S가 뭘 압니까, 저만큼 잘 끌어다 붙였는데 모른 척하고 넘어가죠 뭐.

한 줄 감상 : ......인간이란. (먼 눈)

인간이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매우 편리한 존재임을 절절하게 실감 중입니다.

그나저나 경애해 마지 않는 O모 님의 사이트에서 울증 환자를 겪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키구치를 못 견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그려. 울증의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는 S조차 어찌나 짜증이 나는지 엎어놓고 시원하게 패 줬으면 속이 후련하겠다 싶은 게-_-;;; (난 말야... 기껏해야 소녀의 모습에 자극받고 돌아와 남우세스러운 꿈이라도 꾸고는 약한 신경에 상대를 모욕했다고 머리 쥐어뜯어 가며 괴로워하는 건 줄 알았거든...? 헌데 진짜 했더란 말이더냐 이 잡놈의 인간아-_-) 저런 놈이 인복은 있어갖고 쿄고쿠도, 에노키즈, 키바슈 등등의 관심과 배려(일단은;)를 받고 있으니 세상은 역시 불공평해요. 왈왈왈왈.

아무래도 쿄고쿠도의 포로가 된 것 같은 자신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이 빌어먹게 긴 소설보다 더 길어 아령 대신 들고 엇차엇차 운동해도 된다는 제 2편 망량의 상자 사러 갑니다. ....무려 백합 요소도 있다 하고(슈바르츠 님 증언). 하아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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